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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만들지 않기로 하면서 포기한 것들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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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투는 회원가입이 없습니다. 이메일도 묻지 않고 비밀번호도 만들지 않습니다.

이걸 장점처럼 말하는 서비스가 많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쓸 수 있지만, 그건 절반만 말하는 것입니다. 계정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 분명히 있고, 그 목록이 꽤 깁니다. 먼저 그것부터 적겠습니다.

계정이 없어서 못 하는 일

보낸 글을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어제 무엇을 보냈는지 저희는 모릅니다. 대표님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기록이 남는 곳이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실수를 되돌릴 수 없습니다. 잘못된 글을 보내고 코드를 알려 준 뒤에 "취소"를 누를 방법이 없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저희가 대신 지워 드릴 수도 없습니다.

받는 사람을 지정할 수 없습니다. 코드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든 엽니다. 대표님이 의도한 그 사람인지 저희는 구분하지 못합니다. PIN을 걸면 한 겹 더 생기지만, 그것도 "PIN을 아는 사람"일 뿐이지 "그 사람"은 아닙니다.

읽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상대가 열었는지 안 열었는지 알림이 오지 않습니다. 코드를 넣어 상태를 확인하면 그 순간 열람으로 처리되어 1분 뒤 사라집니다.

문제가 생겨도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 문의를 주셔도 저희가 조회할 대상이 없습니다. "몇 시쯤 보낸 글"을 찾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기기가 바뀌어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새 폰에서 자고투를 열면 처음 쓰는 것과 똑같습니다. 옮겨 갈 것이 없습니다.

적어 놓고 보니 적지 않습니다. 이 목록을 보고 "그럼 안 쓰겠다"고 판단하셔도 그게 맞는 판단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정을 안 만든 이유

계정은 편의를 주는 대신 책임을 만듭니다.

회원가입을 받는 순간 저희는 이메일 주소를 가진 회사가 됩니다. 비밀번호를 저장하고, 그걸 지킬 의무가 생기고, 언젠가 유출되면 사과문을 쓰게 됩니다. 로그인 기록이 쌓이고, 누가 언제 무엇을 보냈는지가 서버에 남습니다.

그 기록은 한번 생기면 저희 의지와 무관하게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내놓아야 하고, 해킹당하면 통째로 나갑니다. 회사가 팔리면 그 기록도 같이 팔립니다.

가장 확실하게 지키는 방법은 애초에 갖지 않는 것입니다. 없는 것은 유출될 수 없고, 없는 것은 요구받아도 내놓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긴 글 하나를 옮기려고 회원가입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메일을 넣고 인증 메일을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정하는 동안, 그냥 카톡 나와의 채팅에 붙여넣는 편이 백 배 빠릅니다. 계정을 요구하는 순간 이 서비스는 쓸 이유가 없어집니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지킵니다

계정이 없으면 "이 사람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장치를 둡니다.

시간으로 막습니다. 글은 열면 1분 뒤에 지워집니다. 아무도 열지 않아도 1분 뒤에 지워집니다. 코드가 살아 있는 시간이 짧으면 남이 우연히 들어올 확률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틀린 시도를 셉니다. 같은 IP에서 10분 안에 코드나 PIN을 10번 틀리면 막습니다. 숫자를 하나씩 눌러 보는 방법으로는 뚫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전송도 10분에 30회까지입니다.

지운 코드를 바로 다시 쓰지 않습니다. 삭제된 코드는 5분 동안 재사용하지 않습니다. 방금 끝난 대화의 숫자를 눌렀을 때 엉뚱한 사람의 새 글이 열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PIN을 걸 수 있습니다. 4자리 PIN을 설정하면 코드를 알아도 PIN을 모르면 열지 못합니다. 3번 틀리면 그 코드는 잠깁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계정으로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대신, 시간과 횟수로 "얼마나 오래, 몇 번이나 시도할 수 있는지"를 좁혔습니다.

코드가 4자리인 것도 같은 선택입니다

계정이 없으니 코드가 유일한 열쇠입니다. 그러면 코드를 길게 만드는 편이 안전하지 않겠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6자리면 경우의 수가 백 배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자리가 늘면 사람이 못 외웁니다. 네 자리는 한 덩어리로 기억되지만 여섯 자리는 두 덩어리가 되고, 전화로 불러 주면 가운데 두 자리를 바꿔 말하는 일이 생깁니다. 전화번호를 끊어 적는 이유와 같습니다.

그래서 자릿수로 안전을 사는 대신 시간으로 샀습니다. 1분 뒤에 사라지는 4자리가, 한 시간 동안 살아 있는 긴 코드보다 실제로는 뚫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입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빈 코드가 하나도 없을 만큼 동시에 몰리면 그때는 5자리를 내줍니다.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는 한 자리 긴 코드를 드리는 편이 낫다고 봤습니다.

이 설계가 안 맞는 경우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다음 경우에는 저희를 쓰시면 안 됩니다.

나중에 다시 꺼내 볼 글이라면 안 맞습니다. 1분 뒤에 없어집니다. 여러 사람에게 각각 다른 내용을 보내야 한다면 관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보낸 기록을 남겨야 하는 업무라면 애초에 목적이 반대입니다. 그리고 누가 읽었는지 증명해야 하는 일이라면 저희는 아무것도 증명해 드리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계정이 있는 서비스가 낫습니다. 기록이 남는 것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인 자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아직 못 하는 것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밝혀 둘 것이 있습니다. 브라우저에서 글을 가려서 서버가 못 읽게 하는 기능은 아직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서버가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전제로 쓰셔야 합니다. 1분 뒤에 지우는 것은 사실이고 그건 지킵니다. 다만 그 1분 동안은 저희 서버에 글이 평문으로 있습니다.

계정을 안 만든 것과 이건 다른 문제입니다. 계정이 없다고 해서 내용까지 못 보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를 섞어서 말하는 서비스가 많은데, 그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계정이 없다는 것은 기능이 아니라 선택이고, 선택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고, 다시 볼 수 없고,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저희가 대표님에 대해 가진 것이 없습니다. 유출될 명단도, 넘겨줄 기록도 없습니다.

한 번 쓰고 잊을 글이라면 이 교환이 유리합니다. 남겨야 할 글이라면 불리합니다. 그 구분만 해두시면 됩니다.